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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개학 연기에 대하여...

글쓴이 : 양건율65 날짜 : 2020-04-01 (수) 15:42 조회 : 3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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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개학 예정일을 앞두고 있었지만, 무지하게 강한 확신을 바탕으로 개학이 또다시 연기될 것을 예상했죠...

하지만 역시나 현실로 맞닥뜨리고나니 하-머릿속이 하얘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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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초중고등은 온라인 개학이라도 하지만 유치원 개학은 무기한 연기라니...초딩 유딩 다있는 우리집은 어쩌나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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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개학연기 소식이 절망스러웠어요

(1) 3/2 → 3/9 (1주일 연기)?

코로나 사태 초반에 처음으로 개학이 일주일 연기되었을 때는 그래도 일주일이니...

개학하면 일찍 일어나서 등교 전쟁을 치루어야하는데 사실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됐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오히려 여유가 생긴 기분이었어요.

겨울 방학이 길긴했지만 다음주면 금방 개학이고 그럼 이제 좀 숨통이 좀 트이겠지 싶어서 to do list 적어두고 어서 일주일이 지나길 손꼽아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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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9 → 3/23 (2주일 연기)?

두번째 개학이 연기되었을 때는 대학입시에서 떨어진 것만 같은(조금 과장해서;;;) 절망감에 휩싸였었어요. 절망감의 이유는 대구 신천지 사태를 보아하니 이 코로나 전염병이 쉽사리 진정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때문이었죠...즉, 휴교가 영원할 것 같은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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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관심사가 다양하고 지루한 것은 잘 못견뎌요. 그래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고 새로운 일들을 벌리죠... 제 손발이 묶이는 것 같은 휴교 연장 소식이 너무나 괴로웠어요. ㅜㅜ

겨울방학 10주간 거의 아무데도 못가고 집에서 다람쥐 쳇바퀴같은 일상을 보냈는데 내(=다람쥐) 살아 생전에 이 쳇바퀴에서 벗어날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때부터는 개학이 계속! 연기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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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상에 대한 초1 아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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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은 점점커지고 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목에 뭐가 걸린듯 삼켜도 답답했고(식도염..ㅜ), 소화도 안되고요. 장염, 방광염 등 면역결핍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잠시 숨을 돌리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 일기장에서 저런 일기를 보게될 것 같았어요. 남편도 마찬가지로 오랜 야근 후 얻은 휴가였는데 너무나 행복하고 편안한 일상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나봐요... 게다가 여름휴가도 없이 오랜만에 얻은 꿀같은 휴가인데 집에만 있기 억울하기도 했을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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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우리집 바로앞 상가에 확진자가 지나가면서 상가가 폐쇄되고 방역차가 드나드는 것을 보니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피신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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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탈을 감행했어요. 대구 사태를 보아하니 곧 전국으로 확산될 것 같고, 외국에서도 슬슬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서 발빠른 결단과 실행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저는 그 쪽으로 실행력이 있어서(뭐래..) 예약부터 출발까지 3일만에 끝내고 청정지역에서 꿈같은 4박5일을 보내고 왔어요. 짐싸고 짐풀고 해서 한 열흘쯤은 지루하지 않게 보냈던 것 같아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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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14일 각오하고, 개학연기 예상하고 감행했는데,

개학도 예상대로 연기되었고요. 운이 좋았는지 저희가 귀국하고 나서 며칠 후에 그곳에도 확진자가 발생해서 그 이후로 외국인 입출국이 어려워졌어요ㅜㅜ

그래서 저희 소식듣고 다녀오려고 했던 지인은 못 가게 되었더랬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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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적응이 되고 있어요

(3) 3/23 → 4/6 (2주일 연기)

세번째로 휴교가 연장되었을 때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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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무생각 없어요. 휴교가 당연하다고 생각되었어요. 아직 방역상황이 안좋아서 개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게다가 유럽, 중동, 미국 등에서 우리나라의 전철을 밟으며 코로나19가 대유행하기 시작했으니 다시 거꾸로 들어오겠죠... (이미 알람오는 확진자들이 대부분 해외입국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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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을 맞이한 펭귄들의 여러가지 대응방법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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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뭐 어차피 각오한 자가격리 기간이니까 외출도 못하고 사람들도 못만나니 진하게(=징하게) 집에서 아이들과 뒹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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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제는 나름 루틴을 잡았어요. 시간은 자유롭지만 하루에 해야할 일을 정해놓고 가능하면 미루지 않고 해내려 하고있어요.

간단히 풀 학습지도 좀 샀고, 도서관을 못가니 책도 샀고요. 이제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사달라는 말도 하지않아요 ㅎㅎㅎ 너무나 완벽히 적응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레 뒹굴뒹굴. 세수치카도 점심쯤 되서야 하고 옷도 하루종일 잠옷을 입고있을 때도 많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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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학교에서 올려주는 온라인 수업을 해요. 매일 꽤 빡센양의 숙제가 있어요. 점심을 먹고 놀다가 밖에 잠시 나가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면서 체육을 좀 하고요. 들어와서 저녁먹고 책을 읽다가 잠을 자는 일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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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서글픈 것은 아이들이 이제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말도 별로 하지않고, 어디에 가고싶다거나 무엇을 하고싶다는 말도 별로 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또 전혀 아니고...

이렇게 사회성이 점점 떨어지는건가 싶어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양보와 배려를 통해 둥글어져가는 것도 배워야하는데....그런건 온라인 수업의 맹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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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하나...선생님들은 수업 방식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신 것 뿐이지만 엄마들은 교사로 훈련받지 않았거든요. 근데 거의 모든 수업에서 엄마와 함께하라고 하네요. 엄마나 형제자매가 꼭 있어야만 가능한 수업들도 종종 있어요... 외동은 친구한테 형제를 빌려와야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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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엄마에게 선생님의 감투까지 씌워주시면 지쳐서 예민해져요. 그래서 이런 생활규칙같은거 만들어내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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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신 분이 뉘신지... 덕분에 전국민이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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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는 온갖 공부자료들이 넘쳐나요. 재능기부 형식으로 자료를 푸는 유명 작가도 있고, EBS 에서도 무료 강의를 제공하고요. 각종 학습지 출판사에서는 샘플 강의를 인심 좋게 무료로 공유하네요. ㅎㅎㅎ

하지만 아이들 인성과 체력은 어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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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초등 저학년 방송 시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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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것이 일상이라고 생각하려고요

(4) 4/6 → ??? (무기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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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또다시 개학이 연기되었네요. 이번에는 애매모호하게 휴교 기간을 정해주지 않고, 순차적 온라인 개학이라는 내용뿐이네요. 정부도 저도 마찬가지인 듯요. 판단능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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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자포자기입니다. 교육부는 고민하느라 머리가 터질지경이겠지만 9월학기제가 되든, 학업일수가 모자라든말든, 수능이 연기되든말든 모르겠습니다. 뉴스도 거의 안보고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알람톡이 오면 그런가보다...하며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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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이제 온라인 강의 준비로 바쁘겠죠. 벌써부터 설문 조사와 알림들이 빗발칩니다. 아무도 해본적 없는 것을 전국민이 동시에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으니 시행착오는 당연하겠죠... 정책을 집행하는 곳에서는 매일 매일 누군가 내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휘청거릴 것 같아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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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주어진 이 선물같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넉넉하고 여유롭지만 귀하고 알뜰하게 사용하고 싶어요. 가족과 더 진하게 교감하고, 더 사랑하고, 더 끈끈한 우리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어요.

각 사람마다 이 기간의 의미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숨가쁘게 허덕이는 일상에서 건져주셔서 한 템포 쉬게 해주셨고 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그리고 일상의 감사를 회복했고 바삐 사느라 놓쳤던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고 느끼게 해주셨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깨달음도 불평쟁이였던 저에게는 큰 울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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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떻게 지내야할지 사실 머릿속이 명쾌하게 정리되진 않았어요. 이나라, 저나라, 아니 전세계의 경제가 붕괴될 것 같은 걱정도 되고 집에만 움추리고 있다가 밖에 나가면 느닷없이 칼바람을 맞을 것 같은 불안함도 아직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성실하면...최선을 다하면.....된는 것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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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나 더할 수 있느냐.

마태복음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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