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부합하는 의례 확립은 불교계의 숙제이다. 사진은 부산 범어사 스님들의 금강경 독송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불교)의례가 불자들에게 종교적 감흥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하며, 의례가 불자들에게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재해석돼야 한다.”
동국대 강사 태경스님(조계종 교육원 교수아사리, 조계종 포교원 의례위원)은 ‘의례 내용은 교리와 합치하는가-석문의범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논문은 <불교평론> 제54호 ‘불교의례 이대로 좋은가’라는 특집 가운데 하나로 게재됐다.
태경스님은 이 논문에서 불교의례 정의와 범위, <석문의범> 구조및 교리 내용을 점검하면서 “<석문의범> 신비편이 가장 비불교적인 요소로 인식되어 있다”면서 “연구가 척박하고 밀교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내린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한국불교는 중국의 불교 변용에 또 우리의 변용으로 이어지는 연속성을 갖고 있지만, 불교의 전개 방식은 아주 달랐다”면서 “선교 양종의 형태를 취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불교는 불복장의식, 신중신앙 <천수경> 무상계 등 우리만의 불교를 만들어내는 저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태경스님은 “<석문의범>은 전통의 계승, 사회변화에 대한 적응,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면서 “진언이 특징으로 나타나는 몇몇 편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이지만, 비불교적 요소로 보이는 것들조차도 지역의 전통문화를 불교적으로 재해석한 내용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교의례의 문제와 개선방향’이란 주제의 논문에서 명법스님(조계종 교수아사리)은 “불교의례는 자기 성장을 위한 새로운 의미체계를 제공한다”면서 “형식을 바꾸기 보다는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불교의례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법스님은 “불교의례는 불교적 체험의 정수이며, 불교 상징체계의 결정체”라면서 “현대적인 종교 상황의 변화를 잘 관찰하면서 불교적 가치와 정신을 보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불교평론> ‘불교의례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특집에는 △종교에서 의례의 의미와 기능(송현주 순천향대 교수) △불교의례의 발생과 동아시아적 전개(문을식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한국불교의례의 형성과 특성(이성운 동국대 강사) △불교의례 한글화 원칙과 지향점(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근대불교의 의례개혁론과 불교대중화(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 등의 논문이 수록됐다.
서재영 <불교평론> 편집위원은 ‘불교의례 특집’과 관련 “종교에서 의례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박제화된 의례만을 고집하는 순간 의례적 반복이 되고, 감동은 사라져서 자칫 고양이 묶기와 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면서 “기도와 수행을 방해하는 고양이는 묶어야 하지만 죄 없는 고양이는 풀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불교평론> 제54호에는 △협동조합 운동과 불교(유정길 협동조합 한살림 모심과 살림 연구소 이사) △인도불교 흥망의 교훈(조준호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미국의 선불교 바람(장은화 동국대 강사) △보들레르의 회화론과 지눌의 불이론(조희원 덕성여대 철학과 초빙교수) 등의 논단이 실렸다.